서울 강남권 상급지 아파트 시장이 급격한 가격 조정과 매물 증가로 요동치고 있다. 최고가 대비 수억 원 낮은 실거래가가 속출하는 가운데, 대출 규제로 인해 현금 자산가만 접근 가능한 상급지와 실수요자가 몰리는 15억 원 이하 지역 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잠실엘스 전용 59㎡는 지난달 31일 29억 7500만 원에 거래돼 지난해 11월 최고가(31억 원) 대비 1억 2500만 원 하락했다. 같은 구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24일 33억 원에 체결돼 지난해 11월 기록한 36억 원보다 3억 원이나 낮았다.
호가 조정도 본격화됐다. 도곡렉슬 전용 84㎡는 현재 38억 원에 매물로 나와 지난해 11월 최고가 40억 원 대비 2억 원 낮은 수준이다. 송파구는 지난 1개월간 매물이 3471건에서 4137건으로 19.1% 급증했고, 서초구는 호가 조정 후 매물이 45건에서 67건으로 49% 폭증했다.
강남 상급지 실거래가 수억 원 급락
상급지 가격 조정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2월 2일 기준 서울 동남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1.9로, 지난해 9월 첫째 주 이후 21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남3구의 주간 상승률도 강남구 0.01%, 서초구 0.05%, 송파구 0.06%로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배경에는 양도세 정책 변화가 자리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 없음을 거듭 확인하면서, 5월 9일이라는 구체적 정책 전환 시점이 매도 시간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직은 가격이 확 떨어지진 않고 있지만, 5월 9일 임박해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규제가 만든 ’15억 기준’ 양극화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상급지 거래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2025년 10·15 대책으로 2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상한이 2억 원으로 제한되면서, 강남 상급지는 사실상 ‘현금 자산가 전용’ 시장으로 전환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시장 유동성을 극도로 제약한다고 진단한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서울 주요 상급지 아파트는 매매가격이 25억 원을 웃도는 경우가 많아 대출 한도가 제한적”이라며 “결국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 위주로 간헐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15억 원 이하 매물이 밀집한 관악·구로·노원 지역은 대출 활용 폭이 넓어 상대적 매력이 부상했다. 관악푸르지오 전용 84㎡는 현재 12억 7000만 원에 매물로 나와 지난달 17일 체결가(11억 7000만 원)보다 1억 원 높다. 해당 가격대는 최대 6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해 실수요자 접근성이 높다.
5월 정책 전환 앞두고 매물 급증 전망
업계는 향후 3~6개월간 상급지와 저가 지역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상급지는 매물이 증가하고 가격이 낮아져도 자금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거래 확대가 쉽지 않다”며 “지난해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자치구 위주로 거래가 이어지는 양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무 전문가들은 보유세 부담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양도세를 넘어 결국은 보유세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반포자이 전용 84㎡의 연간 보유세는 1843만 원으로 기존 추정치(1790만 원)를 상회할 전망이다.
함영진 랩장은 “점차 매수자 우위 환경이 형성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조율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상급지보다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지역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5월 9일 정책 전환점 이후 호가 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