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민자 단속 강화 이후 미국 서비스산업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며, 1년간 관광 수입만 12억 달러(약 1조7천400억원)가 날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미국·캐나다 서비스업 노조 ‘유나이트 히어’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2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요식업·관광업 등 서비스업 종사자 수가 9만8천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을 찾은 관광객도 전년 대비 250만명이나 줄었다.
미네소타주 노동자 6천명을 대변하는 ‘유나이트 히어 로컬 17’의 웨이드 뤼네부르크 국장은 “정부 단속 탓에 많은 조합원이 일하러 가길 두려워한다”며 “우리는 이민자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애틀랜틱시티 호텔 직원 모아나 몰리는 “동료들이 떠나면서 남은 인력의 업무량이 폭증했는데, 인력은 필요한데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노동력 공백에 신음하는 서비스업계
미국 서비스산업은 종사자의 3분의 1이 이민자일 정도로 이민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민자 단속으로 인한 노동력 공백은 지역 경제를 직격했다. 워싱턴 D.C.는 2025년 역대 최다 레스토랑이 폐업했고, 신규 개업은 30%나 둔화됐다.
미네소타주는 더욱 심각하다. 캐나다 관광객 감소로 2025년 국제선 항공 승객이 15% 줄었고, 미니애폴리스 지역 소상공인들이 1월 한 달간 입은 매출 손실만 8천100만 달러(약 1천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캘리포니아에서도 히스패닉 저숙련 노동자 없이는 “사업체 영업이 곤란한” 수준이라는 업계 증언이 나온다.
관광객 발길 끊긴 미국의 역설
전 세계적으로 관광 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미국만 침체를 겪고 있다. 유나이트 히어의 그웬 밀스 회장은 “주요 도시 거리에서의 폭력적인 단속 장면, 반이민 수사, 공포 조성이 국내외 여행객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광객 급감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관광 수요 감소로 일자리가 줄고, 이민 단속으로 노동력마저 빠져나가면서 남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만 가중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임금 인상 압력이 커지면서 결국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물가 상승 경고에도 단속 강행하는 트럼프
서비스산업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인력난은 임금 상승을 부르고 이는 곧 물가 앙등으로 직결된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작년 7월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의 400만명 추방 목표가 실현될 경우, 이민자 330만명과 미국 태생 노동자 260만명을 포함해 총 59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 단속과 경제 상황이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국토안보부(DHS)의 트리샤 맥러플린 대변인은 “불법 이민과 경제 호황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면 바이든 정부의 경제가 호황이었을 것”이라며 “범죄자들을 거리에서 내쫓는 것이 지역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고 사업주, 고객, 관광객들에게 더 환영받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반박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민 정책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단속 대상자와 그 가족을 넘어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업 의존도가 높은 관광 도시들의 타격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내 물가 안정과 고용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