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원 이벤트 당첨금이 2,000 비트코인으로 둔갑했다. 지난 6일 저녁 7시 37분, 빗썸 직원의 단위 입력 실수로 249명에게 총 62만 개의 비트코인(약 60조 원 규모)이 잘못 지급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약 431억 원에 달하는 이번 오지급 사고는 단순 해프닝을 넘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적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금융당국은 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과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태가 빗썸 한 곳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반의 시스템 부실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99.7% 회수했지만… 391억 ‘증발’
빗썸은 사고 직후 고객 거래와 출금을 차단하며 오지급된 비트코인의 99.7%를 즉시 회수했다. 회사 보유 자산을 투입해 고객 예치 자산과의 정합성도 100% 맞췄다. 하지만 약 1,788 BTC(약 391억 7,364만 원)는 사용자들이 이미 시장에 매도한 뒤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빗썸 거래소 내에서 일시적으로 8,111만 원까지 급락하면서 패닉셀에 나선 일반 고객의 손실액은 1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빗썸은 비정상 가격에 매도한 고객에게 매도 차익 전액과 10% 추가 보상을 지급하고, 전체 이용자에게 2만 원 위로금과 일주일간 거래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사 수준 내부통제 의무화”… 전면 점검 착수
이억원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 시스템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만큼, 빗썸뿐 아니라 모든 거래소의 내부통제 전반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자동판매기에서도 작동하는 이상 거래 감지 체계가 수십조 원을 다루는 거래소에는 없었다는 점이 핵심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중심으로 ▲장부와 보유 자산 간 검증체계 ▲다중 확인 절차 ▲인적 오류 제어 등 세 가지 통제장치 구축 여부를 중점 점검한다. 이후 금감원이 현장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무과실책임·외부 감시… 2단계 규제 추진
더 나아가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2단계법’을 통해 금융사에 준하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거래소에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외부 기관으로부터 주기적으로 보유 현황을 점검받게 하고, 전산사고 등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 발생 시 거래소의 무과실책임을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빗썸의 신속한 보상 조치가 기업 신뢰 회복에 일부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구조적 개선 없이는 유사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