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산업의 향방을 가늠할 ‘2026 파리 모터쇼(Mondial de l’Auto)’가 오는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7일간 프랑스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Paris Expo Porte de Versailles)에서 열린다. 91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는 실내 약 70,000㎡, 옥외 약 15,000㎡ 등 총 85,000㎡ 규모로 펼쳐지며, 100개 이상의 완성차·모빌리티 브랜드가 참가를 확정했다.
특히 스텔란티스가 2024년 3개 브랜드 참가에서 8개로 대폭 확대했고, 포드·볼보·메르세데스-벤츠 등 2018년 이후 오랫동안 모터쇼를 외면했던 브랜드들이 일제히 복귀한다.
유럽 브랜드의 반격…복고풍 전기차부터 1153마력 하이퍼카까지
안방을 사수해야 하는 프랑스·이탈리아 브랜드들의 신차 공세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스텔란티스 산하 시트로엥은 1940년대 서민차의 상징인 ‘2CV’를 소형 전기차 콘셉트로 재해석한 신형 2CV 콘셉트와 미니밴 콘셉트카 엘로(Elo)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피아트는 스마트카 플랫폼 기반의 컴팩트 SUV 그리즐리와 그리즐리 패스트백을, 란치아는 STLA 미디엄 플랫폼을 탑재한 중형 SUV 감마를 각각 선보인다.
푸조는 최고출력 276마력급 전기 핫해치 e-208 GTi와 ‘폴리곤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운다. 르노 그룹은 약 5,000㎡ 규모의 대형 부스를 꾸리고 차세대 디자인 비전을 담은 콘셉트카 시리즈를 배치하며, 고성능 서브 브랜드 알핀은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공개했던 신형 A110 콘셉트와 양산형 A290·A390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복귀를 알린 스마트는 전장 2.7m급 도심형 2인승 초소형 순수 전기차 스마트 #2를 공개한다.
독일 완성차 브랜드들은 엔트리 전동화 모델과 플래그십 라인업을 동시에 꺼내 든다. 아우디는 최고출력 322마력, 1회 충전 주행거리 401마일(약 645km)에 달하는 전기 엔트리 모델 A2 e-트론을 최초 공개하고, 플래그십 SUV Q9의 유럽 데뷔도 함께 진행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신형 C클래스·GLA, 페이스리프트 S클래스, 순수 전기 밴 VLE와 함께 무려 1,153마력의 최고출력을 자랑하는 메르세데스-AMG GT 쿠페 하이퍼카를 출품해 브랜드 기술력의 정점을 과시한다.
폭스바겐은 MEB 전륜구동 플랫폼 기반의 ID.폴로와 ID.크로스를 출격시키며, 약 2만 유로(약 3,000만 원) 안팎의 실속형 보급형 전기차 ID.everyone 양산형을 공개할 전망이다. BMW·미니는 최종적으로 이번 모터쇼 참가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독자 디지털 런칭 이벤트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안방 흔드는 중국 브랜드…유럽 점유율 11% 돌파 후 파리 상륙
이번 모터쇼의 또 다른 핵심 관전 포인트는 약 20개에 달하는 중국계 브랜드의 대거 참전이다. BYD·지리·샤오펑·체리·리프모터·지커 등 중국계 5대 그룹의 2026년 상반기 유럽(EU·EFTA·영국) 등록 대수는 791,958대로, 합산 시장 점유율이 약 11%에 달한다.
BYD는 실속형 PHEV 모델인 돌핀 G DM-i와 신형 아토 3, 아토 2 DM-i를 집중 전시한다. 장안자동차는 아바타·딥알·네보 등 산하 브랜드를 총동원하고 유럽 출시 예정인 딥알 S05·S07을 홍보한다. 지리그룹은 약 2만 유로대의 보급형 전기차 지리 E2와 프리미엄 서브 브랜드 지커의 플래그십 SUV 지커 9X를 전시하며, 리프모터는 신형 소형 SUV B03X로 시장 문을 두드린다.
유럽 진출을 본격화하는 리오토는 중국 기준 주행거리 447마일을 자랑하는 대형 전기 SUV i6를 전시하고, 샤오펑은 럭셔리 감성을 극대화한 플래그십 G9L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현대차 ‘아이오닉 3’ 유럽 공략 선봉…기아·제네시스도 라인업 총집결
국내 완성차 진영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현대자동차는 2026년 9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신규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과 함께 세계 최초로 공개한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 3(Ioniq 3)를 파리 모터쇼의 전면에 배치한다. B세그먼트급 도심형 순수 전기차로 포지셔닝된 이 모델의 독일 기준 시작 가격은 28,950유로로 책정됐으며, 유럽에서 현대가 처음 선보이는 Android Automotive OS 기반 ‘Pleos Connec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2026/27 시즌 유럽 시장에 5대 신형 주력 모델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이미 밝힌 상태로, 아이오닉 3가 그 첫 타자 역할을 맡는다.
기아는 실차 검증을 마친 보급형 소형 전기차 EV2를 비롯해 셀토스·엑씨드·니로 등 다양한 차급과 파워트레인을 갖춘 크로스오버 군단을 한자리에 모은다. 일각에서는 초소형 전기차 EV1의 깜짝 등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제네시스는 고성능 서브 브랜드 ‘마그마’의 스포츠카 방향성을 제시하는 마그마 GT 콘셉트와 GV70 하이브리드 공개 가능성을 타진하며 유럽 프리미엄 시장 공략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2026 파리 모터쇼 일반 공개는 오는 10월 12일부터 시작된다. 유럽 전통 강호의 귀환, 중국 브랜드의 공세적 진출, 한국 브랜드의 소형 EV 승부수가 교차하는 91회째 파리 모터쇼는 향후 글로벌 전동화 지형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