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 지난해 영업이익 6천690억 원 달성
40여년 전 정주영 회장의 통찰력 빛나
AI시대 맞아 4천억 원 추가 투자 단행

“전력기기 사업을 하면 돈이 된다.” 1970년대 후반,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방문한 정주영 회장.
조선 기술을 배우러 간 자리에서 포착한 사업 기회는 47년이 지난 지금, HD현대일렉트릭의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10년간의 시련이 만든 글로벌 경쟁력
HD현대일렉트릭은 20일 공시를 통해 2024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천69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112.2% 증가한 수치로, 매출은 3조 3천223억 원으로 22.9% 늘었다.
주목할 점은 2023년 영업이익률이 11.7%로 연간 기준 처음으로 10%를 넘어섰고, 2024년에는 20%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4분기 영업이익도 1천6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 정신

이 성과의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1980년대 초반의 시련이 있었다. 1970년대 말, 제2차 석유파동은 한국 경제에 큰 시련을 안겼다.
1980년 마이너스 성장, 53억 달러의 국제수지 적자, 40%에 육박하는 도매물가 상승률 등 경제 위기가 닥쳤다.
특히 중화학공업 분야의 과잉투자와 기업들의 무분별한 중복투자는 설비 과잉과 기업 부실화를 초래했다.
이에 정부는 1980년 8월 ‘8.20조치’를 통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효성이 변압기 시장을, 금성계전(현 LS산전)이 차단기 시장을 담당하게 되면서 HD현대일렉트릭(당시 현대중전기)은 국내 판매가 10년간 금지됐다.

하지만 이 시련은 오히려 기회가 됐다. 국내 시장이 막히자 해외시장 개척에 전념했고, 그 결과 현재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3년 연간 수주액은 35억 6천4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두 차례나 상향 조정한 목표치 31억 8천600만 달러도 넘어선 실적이었다.
AI 시대 맞아 과감한 투자로 새 도약
HD현대일렉트릭은 이에 머무르지 않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AI 산업 성장에 따른 초고압 변압기 수요 증가에 대응해 미국 앨라배마와 울산 공장 증설에 4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2017년 독립법인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투자다. 회사는 이번 투자로 매출이 2천억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0월에는 배전 스마트 팩토리 준공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한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전력기기 사업의 안정적 성장과 함께 시장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배전기기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47년 전 정주영 회장의 선구안은 오늘날 글로벌 전력기기 기업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제 HD현대일렉트릭은 AI 시대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과거의 시련을 기회로 바꿔냈듯이, 이번에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사중 최상단의 사진은 기아차 화성공장 방문시의 장면이다.기사내용과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