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9월 26일(현지시간) 전기 SUV ‘ID.티구안’의 출시를 공식화하며 전동화 전략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10월 세계 최초 공개(월드 프리미어)를 예고한 ID.티구안은 현행 ID.4·ID.5를 사실상 대체하는 중형 전기 SUV로, 830만 대 누적 판매의 ‘티구안’ 브랜드 파워를 전기차에 이식하는 전략적 리브랜딩의 산물이다.
폭스바겐은 내연기관·PHEV·BEV를 하나의 차명 아래 모두 수용하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을 완성하는 동시에, 논란이 됐던 터치식 UI를 버리고 물리 버튼을 전면 부활시키며 사용자 경험 혁신에도 나섰다.
왜 ID.4를 버리고 ID.티구안을 택했나
폭스바겐 ID.4·ID.5는 출시 이후 디자인·UI·품질 논란과 함께 시장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러 글로벌 매체는 폭스바겐이 ‘ID.4’라는 이름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고 ‘ID.티구안’으로 재브랜딩하는 것이, 티구안의 높은 인지도와 신뢰도를 전기차 시장에서 즉각 활용하려는 계산된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티구안은 폭스바겐그룹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다. 누적 판매량은 약 830만 대에 달하며, 형제차 타이론과 합산한 최근 1년간 인도량만 100만 대를 넘어섰다. 이 강력한 네임밸류를 전기차에 직접 연결하는 것은, 전기 SUV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했던 폭스바겐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브랜드 전략이다.
폭스바겐은 이러한 네이밍 전략을 전 라인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도심형 전기차 ID.폴로, 소형 전기 SUV ID.크로스, 고성능 해치백 ID.3 GTI에 이어 ID.티구안까지, 기존 내연기관 모델명에 ‘ID.’ 접두어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공하는 구조다.
MEB+ 플랫폼, 과도기의 전략적 선택
ID.티구안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혹은 그 개량형인 MEB+ 위에 올라간다. 내연기관·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티구안이 사용하는 MQB 플랫폼과는 완전히 다른 아키텍처다. 폭스바겐은 차세대 통합 플랫폼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를 준비해 왔으나 개발 지연으로 인해, 기존 MEB를 개량한 MEB+ 플랫폼을 먼저 투입하는 ‘과도기 전략’을 선택했다.
MEB+는 400V 아키텍처를 유지하면서도 충전 성능, 효율, 주행거리, 원페달 드라이빙 및 V2L(차량-기기 간 전력 공급) 지원 등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ID.티구안은 이 MEB+ 플랫폼을 적용받는 대표적인 중형 SUV로, 폭스바겐 전동화 전략의 ‘과도기 핵심 모델’ 역할을 맡게 된다.
충전 성능 역시 프로토타입 기준으로 상당한 개선이 전망된다. 58kWh LFP 배터리 모델은 최대 DC 105kW 충전으로 10→80% 충전에 약 26분, 77kWh NMC 배터리 모델은 최대 DC 165kW 충전으로 같은 구간을 약 29분 내에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CE 티구안보다 더 크고, 프렁크까지
프로토타입 기반 정보에 따르면 ID.티구안의 전장은 4,618mm로, 현행 MQB 기반 ICE 티구안(4,539mm)보다 약 80mm 길다. 휠베이스 역시 2,765mm로 ICE 티구안(2,680mm)을 크게 웃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34L, 2열 폴딩 시 최대 1,577L로 예상되며, 전면 트렁크(프렁크)도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견인 능력은 기본형 기준 최대 1.8톤, 대용량 배터리 모델 기준 최대 2.0톤 수준이 예상돼, 실용성 측면에서도 경쟁 모델과 대등한 수준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물리 버튼의 귀환… UI 대전환의 상징
ID.티구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화 중 하나는 인테리어의 전면 개편이다. 기존 ID.3·ID.4에서 논란이 됐던 터치식·햅틱 버튼 중심의 조작계에서 벗어나, ID.티구안은 새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과 물리 버튼, 물리 버튼이 포함된 공조 장치 조작부, 독립적인 윈도우 스위치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도 현행 ID.4보다 커진 크기로 변경되며, 유럽 폭스바겐 최초로 12인치급 보조 패시저 디스플레이 옵션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폭스바겐은 이 ‘물리 버튼 되살리기’가 향후 출시될 신차에도 확대 적용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