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50만 대가 거래되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대적인 제도 개혁이 시작됐다. 국토교통부는 8월 6일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하며, 가격 투명화·성능점검 강화·플랫폼 규제를 동시에 손보는 패키지 정책을 공식화했다.
핵심은 광고 단계부터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총액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총액표시제’다. 그동안 인터넷 광고에 차량 가격만 표시하고 계약 단계에서 관리비·보험료 등 각종 수수료를 추가하는 ‘깜깜이 요금’ 관행이 수십 년간 지속돼 왔다.
광고 속 ‘1,000만 원’의 진실…총액표시제로 바뀐다
기존에는 차량 가격 1,000만 원만 광고에 표시됐다면, 앞으로는 관리비 40만 원과 보험료 20만 원을 포함한 총액 1,060만 원을 한 번에 표기해야 한다. 알선수수료, 성능보험료 등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모든 비용이 포함 대상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는 인터넷 광고에 표시된 금액만 지불하면 되며, 계약서 앞에서 뒤늦게 ‘추가 비용’을 요구받는 상황이 원천 차단된다. 국토부는 오는 9월 관련 법령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르면 2027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원의 80%는 여기서 나왔다…성능점검 ‘무관용’ 원칙 적용
한국소비자원 분석 결과, 중고차 피해구제 신청의 80% 이상이 성능·상태점검 기록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른 경우에서 발생했다. 점검기록부 서식이 과거 차량 기준에 머물러 있고, 세부 점검 기준이 포괄적이어서 점검자마다 판단 편차가 컸기 때문이다.
2019년 도입된 성능보험도 구조적 문제를 키웠다.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자가 하자 수리 책임을 보험에 전가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품질 개선 유인이 약화됐다. 성능보험료는 5년 새 2.2배나 급등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국토부는 점검기록부 서식을 최신 전자장비·안전장치에 맞게 전면 개편하고, 항목별 세부 점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특히 침수·사고이력 등 중요 항목에서 점검 오류가 발생하면 고의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정지 등 무관용 행정처분을 적용한다. 점검 수수료 현실화와 점검자의 법적 지위 정상화 등 업계 상생 방안도 병행 추진된다.
구매 7일 내 환불·플랫폼 ‘갑질’도 규제망에
판매자의 하자보증 책임 구조도 근본적으로 바뀐다. 기존에는 성능점검자가 성능보험에 가입해 하자를 보상하는 구조였으나, 앞으로는 민법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매매업자에게 하자보증 책임을 부여하고 성능보험을 매매업자의 의무보험으로 통합한다. 보장 기간과 항목은 확대하되 보험료 부담은 낮추는 방향으로 조정된다.
차량 구매 후 7일 이내에 엔진 등 주요 장치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고, 수리비가 차량 매매가격의 30% 이상이거나 수리 기간이 30일을 초과하면 소비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자의 하자 발생률 등 신뢰도 정보는 매년 공시되며, 우수 사업자를 지정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힌다.
‘내차팔기’ 플랫폼의 불공정 행태도 규제망에 들어온다. 그동안 대형 플랫폼들이 진단 오류에 따른 손해를 영세 딜러에게 떠넘기거나, 소비자 클레임을 이유로 딜러 계정을 일방적으로 정지하는 관행이 논란이 됐다. 앞으로는 플랫폼 진단 오류로 딜러나 차주가 손실을 입으면 실제 손해액 수준의 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과징금 부과 근거도 신설된다. 행정처분 권한은 기존 시·군·구청장 외에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확대된다.
이번 대책은 중고차 거래의 가격·품질·플랫폼 세 축을 동시에 재편하는 구조적 개혁이다. 9월 법령 개정안 발의와 과제별 TF 구성을 거쳐 2027년 하반기 시행이 목표인 만큼, 연간 250만 대가 거래되고 88만 대가 수출되는 국내 중고차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바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