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기록부 ‘불일치’ 폭발…중고차 상담 48% 급증, 국토부 칼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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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상반기 중고차 관련 소비자 상담 증가
게티이미지

올해 상반기 중고차 관련 소비자 상담이 3,190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157건)보다 47.9%, 무려 1,033건이 늘어난 수치다. 연간 환산 시 이미 2025년 전체 상담 건수(5,123건)의 62.3%를 상반기에만 소진한 셈으로, 분쟁 급증세가 심상치 않다.

핵심은 ‘허위 매물’이 아니다. 시장이 진화하면서 분쟁의 질(質) 자체가 달라졌다. 사업자가 제공한 공식 서류와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르다는 불만, 즉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불일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록부 불일치, 중고차 분쟁 ‘절반’을 차지하다

한국소비자연맹 집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상담 3,190건 중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불일치 및 정보 미고지’가 1,381건(43.3%)으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사고 이력 누락, 침수 정보 은폐, 주행거리 조작, 성능점검표 오기 등이 대표적 유형이다.

이어 계약 해제·해지 거부 및 대금 미환급 664건(20.8%), 사후관리 미이행 533건(16.7%), 성능·품질 하자 440건(13.8%), 부당 수수료 및 명의이전 절차 분쟁 175건(5.5%) 순이었다. 이 구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접수한 피해구제 793건 중 79.7%가 기록부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달랐던 사례였고,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피해구제 330건에서도 80.0%가 동일한 유형으로 분류됐다.

국토교통부가 “중고차 민원의 약 80%가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부실에서 비롯된다”고 공식 언급한 것도 이 장기 데이터를 종합한 판단이다.

2019년 성능보험 의무화, 왜 실패했나

2026년 상반기 중고차 관련 소비자 상담 증가
한국소비자연맹

정부는 이미 2019년 6월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성능보험)’을 의무화한 바 있다. 기록부와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를 경우 점검업체가 책임을 지고 보험으로 보상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보험료의 약 44%가 보험사 사업비로 쓰이는 데다, 보상 책임이 점검자·보험사·판매자 세 곳으로 분산돼 소비자가 직접 세 주체를 오가며 요구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결과는 수치가 말해준다. 성능보험료는 최근 5년 사이 2.2배나 뛰었다. 분쟁이 누적될수록 보험료가 오르는 악순환 속에서도, 기록부 불일치 피해는 줄지 않았다. 침수 피해 규모도 심각하다. 2025년 침수 사고는 7,765건으로 전년(5,210건)보다 49%나 급증했으며, 침수 사고의 97.9%가 7월부터 10월 사이에 집중된다. 이처럼 시장에 유통되는 침수 차량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침수 정보를 은폐한 기록부의 폐해는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국토부, 8월 대책으로 ‘판매자 책임 일원화’ 꺼내들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6일 국무총리 주재 제12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중고차 소비자 보호 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확정·발표했다.

대책의 골자는 네 가지다. 첫째, 인터넷 광고 시 수수료·보험료 등을 포함한 총비용 표시 의무화. 둘째, 성능·상태점검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과 점검 오류 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강화. 셋째, 기존 성능보험을 매매업자 의무보험(하자보증보험)으로 통합해 소비자가 차를 판 매매업자에게 직접 수리·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 확립. 넷째, 온라인 내차팔기 플랫폼의 보상 기준 및 책임 명문화다.

특히 구매 후 7일 이내, 수리비가 매매가의 30% 이상인 중대 하자가 발생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한 것이 주목된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적해온 “정보가 다를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답변이라는 평가다. 국토부는 9월 중 관련 법령 개정안을 발의하고 성능·상태점검·보험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계획이며, 목표 시행 시점은 2027년 하반기다.

다음 분쟁의 씨앗, 중고 전기차 배터리 ‘SOH’

한국소비자연맹은 이번 보고서에서 중고 전기차 배터리 성능 정보(SOH·잔존성능)를 다음 핵심 쟁점으로 공식 제기했다. SOH(State of Health)란 신차 출고 당시 100%였던 배터리 용량이 현재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건강상태 지표다. SOH가 80%라면 최초 용량의 80% 수준만 남은 것이며, 이는 실제 주행가능 거리와 직결된다.

현행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는 이 정보가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재되지 않는다. 연맹은 SOH와 잔존성능을 객관적·표준화된 방식으로 측정·제공하고, 실제 상태와 정보가 크게 다를 경우 판매자의 책임과 보상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또한 이번 자동차 검사제도 개편안에서 전기차 배터리의 SOH·SOC(충전상태) 등 핵심 진단정보를 제작사가 검사장비 업체에 무상 제공하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중고차 시장의 분쟁 지형은 ‘허위 매물 시대’에서 ‘정보 신뢰성 시대’로 이미 넘어왔다. 이제는 다시 ‘전기차 배터리 정보 시대’로의 전환이 임박해 있다. 성능기록부의 신뢰성을 높이고, 판매자 책임을 일원화하며, 전기차 배터리 진단 기준을 표준화하는 것이 중고차 시장 정상화의 세 가지 과제다. 소비자가 서류를 믿고 차를 살 수 있는 시장, 그것이 이번 대책이 겨냥한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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