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V 공세에 ‘흔들리는 왕좌’… 영국 명품차 JLR의 ‘역발상’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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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랜드로버 인원 감축
재규어랜드로버 슬로바키아 공장 / 재규어랜드로버

영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재규어 랜드로버(JLR)가 향후 2년간 최대 4,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하기로 했다. 전체 인력의 약 10%에 달하는 규모로, 주로 영국 내 사무직과 관리직이 대상이다.

이번 감원은 중국 전기차 업체의 유럽 공세, 미국 관세 압박, 2025년 발생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 한꺼번에 덮친 ‘복합 위기’에 대한 대응이다.

4,000명 희망퇴직…생산직은 제외

JLR은 직원과 노동조합에 희망퇴직 프로그램 시행 계획을 공식 통보했다. 회사 측은 감원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최대 4,000명이 영향권에 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JLR의 글로벌 직원 수는 약 4만~4만3천 명으로, 이 중 영국 내 근로자가 약 3만 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감원 대상은 사무·관리 직군에 한정되며, 생산라인 직접 고용 인력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다고 회사는 밝혔다.

PB 발라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Growth Reimagined’라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며 17억 파운드(약 3조90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 감원은 그 전략의 핵심 실행 조치다.

’38만 대에서 30만 대로’…고수익 소량 판매 전략으로 전환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일렉트릭 사양
레인지로버 일렉트릭 / 랜드로버

JLR의 전략 전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손익분기점 하향 조정이다. 현재 연간 38만 대 수준인 판매량을 30만 대로 줄이면서도, 손익분기점 자체를 30만 대 수준으로 낮춰 ‘적게 팔아도 이익이 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 등 고부가가치 모델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동시에 고정비를 대폭 줄이는 전략이다. 절감한 비용은 향후 5년간 150억~180억 파운드(약 20조~24조 원) 규모의 전기차·디지털 기술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발라지 CEO는 향후 12개월 내 5개 신차를 출시해 제품 경쟁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볼륨보다 마진을 앞세우는 구조조정과 신차 공세를 동시에 추진하는 셈이다.

중국 EV·사이버 공격·관세…삼중 악재가 몰고 온 위기

JLR이 이 상황에 처한 배경에는 세 가지 악재가 겹쳤다. 첫째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영국·유럽 시장 잠식이다. 가격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앞세운 중국산 EV는 프리미엄 세그먼트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으며, JLR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둘째는 2025년 발생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이다. 이 공격으로 JLR는 한 달 이상 생산을 중단해야 했고, 재고·납기·매출 전반에 심각한 충격이 남아 있는 상태다. 셋째는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다. 미국은 JLR의 핵심 수출 시장 중 하나로, 관세 리스크가 고가 SUV 판매와 영업이익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공세·관세·사이버 공격이라는 복합 리스크에 대한 후행적 대응”이라면서도, 손익분기점 하향과 전동화 투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점은 중장기 경쟁력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영국 럭셔리카 산업은 JLR뿐 아니라 애스턴 마틴, 벤틀리까지 인력 감축에 나서며 ‘오토 클러스터’ 전반이 구조 재편 압력에 노출된 상태다.

조너선 레이놀즈 영국 기업부 장관은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며 노동당 정부의 우선순위 과제로 규정했다. 발라지 CEO, 노조 사무총장과의 공동회의도 예고된 상태다. JLR의 이번 구조조정은 전동화·디지털 전환이라는 산업적 격변 속에서 영국 제조업이 살아남는 방식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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