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다음은 ‘소리’… 현대차가 ‘정련’으로 보여준 미래차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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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키라라, 협업 음원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한 대가 태어나는 과정을 음악으로 만들었다. 국내 대표 전자음악가 키라라(KIRARA)와 협업해 제작한 음원 ‘정련'(精鍊·Temper)을 8월 13일 공개한 것이다.

무쇠가 수천 번의 단련을 거쳐 완성차로 탄생하는 공정을, 현대차그룹은 왜 하필 전자음악으로 풀어냈을까. 그 답은 ‘정련’의 구조 안에 있다.

공정의 흐름을 음악 구조로 치환하다

‘정련’은 원료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신비로운 도입부로 시작해, 차체가 형태를 갖춰 가듯 비트를 점층적으로 쌓아 올린다. 마침내 완성차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청명한 엔딩으로 표현된다. 자동차 제조 공정의 ‘인트로-빌드업-클라이맥스-완성’ 흐름이, 음악의 서사 구조와 정밀하게 맞물리는 방식이다.

장르는 엠비언트 테크노를 기반으로, 글리치(glitch)와 브레이크비트(breakbeat)를 결합했다. 글리치 특유의 디지털 오류음은 정밀 제어 기술의 질감을, 브레이크비트의 복잡한 리듬은 자동화 생산 라인의 반복성을 연상시킨다. 최첨단 제조 신기술의 ‘느낌’을 추상적 스펙 대신 소리로 직관화한 셈이다.

키라라, 왜 이 프로젝트의 적임자인가

키라라는 2014년 데뷔 이후 정교하면서도 감정 밀도가 높은 전자음악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아온 아티스트다. 2017년 2집 ‘moves’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수상했고, 올해 2월에는 5집 ‘KIRARA’로 동일 부문 두 번째 수상을 달성했다. 첫 수상 이후 약 9년 만의 2관왕이다.

공연 이력도 예사롭지 않다. 국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물론, SXSW(미국), Primavera Pro(스페인), 베니스 비엔날레(이탈리아) 등 기술·예술·음악이 교차하는 글로벌 씬에서 이미 존재감을 확보했다. 로보틱스와 SDV라는 기술 서사를 예술로 풀어내는 데,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활동해온 그의 이력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키라라는 “현대차그룹의 신기술을 표현하는 작업은 처음 신디사이징을 배웠을 때처럼 신비로움의 연속이었다”며 “높은 경지에 오른 정교한 기술을 그만큼 정교한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BTS 이후 진화한 현대차의 사운드 전략

현대차그룹·키라라, 협업 음원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의 음악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이오닉(IONIQ) 브랜드 론칭 당시 BTS와 협업한 브랜드 송 ‘IONIQ: I’m On It’이 대표적 선례다. 대중성과 글로벌 파급력을 극대화한 그 전략과 달리, 이번 키라라 협업은 실험성과 예술성을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경쟁사들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토요타는 ‘Move Your World Beat’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각국 아티스트들에게 차량에서 나는 기계음을 소재로 음악을 제작하게 하고 있다. 토요타가 실제 차량 소리를 원재료로 삼는 다큐멘터리적 접근이라면, 현대차의 ‘정련’은 제조 공정의 ‘느낌’ 자체를 전자음악적 텍스처로 추상화하는 미학적·서사 중심 접근이라는 점이 다르다. 자동차 브랜드들의 ‘사운드 전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련’ 음원을 활용한 제조 신기술 영상을 2026년 8월 말 공개할 예정이다. 음원 하나로 끝나는 캠페인이 아니라, 음악과 영상이 결합된 콘텐츠로 기술 철학을 전달하는 복합 전략이다. 무쇠를 단련하듯,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서사도 층층이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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