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자동차 역사상 처음으로 ‘2억 원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 8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제네시스 GV90이다. 공식 가격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최상위 트림 가격이 2억 원 중반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마이바흐보다 길고, 컬리넌과 겨우 5cm 차이
GV90의 스펙은 숫자만으로도 압도적이다. 전장 5,285mm, 전폭 2,030mm, 휠베이스 3,245mm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전장 약 5,208mm)보다 길고, 벤틀리 벤테이가 EWB(5,305mm)와는 불과 20mm 차이다. 롤스로이스 컬리넌(5,341mm)과도 약 5cm 남짓 차이에 불과하다.
파워트레인 역시 초럭셔리 세그먼트에 걸맞은 수치를 자랑한다. 전용 eMP 전기차 플랫폼 기반의 듀얼 모터 AWD 구성으로 시스템 총출력은 657마력(490kW), 최대토크는 800Nm에 달한다. 배터리 용량은 123.5kWh(사용 가능 용량 약 115kWh)로, DC 급속 충전 최대 출력은 350kW다.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22분이면 충분하다.
주행가능거리는 7인승 기준 약 500km 내외(복합 기준)로 제시되며, 공차중량은 약 3,030kg으로 대형 초럭셔리 SUV 수준의 차체를 가진다. 서스펜션은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전자제어 댐퍼를 결합해 승차감과 차고 조절을 동시에 겨냥했다.
‘2억 원’ 가격표, 어떻게 나왔나
업계의 가격 예측은 제네시스 기존 가격 체계에 근거한다. G80 블랙 가솔린 3.5 터보 AWD의 예상 견적가는 9,275만 원이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GV80은 1억211만 원으로 10.1% 비싸고, GV80 쿠페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 AWD는 1억1,370만 원으로 G80 블랙 대비 22.6% 높은 가격이다.
이 가격 격차 논리를 G90에 적용하면 숫자가 나온다.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를 적용한 G90 롱휠베이스의 예상 견적가는 1억8,473만 원이다. 여기에 10.1~22.6%의 SUV 가격 프리미엄을 더하면 GV90 예상 가격은 약 2억337만~2억2,646만 원 수준이 된다. 코치 도어를 적용한 최상위 ‘GV90 네오룬’과 전 세계 222대 한정인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은 이 수준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은 24인치 단조 휠과 3가지 투톤 외장·내장 조합을 기본으로 탑재하며, 좌석은 4인승 VIP 레이아웃으로 구성된다. 희소성을 앞세워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은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벤틀리 뮬리너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관세 역풍과 EV 수요 둔화…’2억 실험’의 진짜 시험대
GV90의 가격 도전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미국 시장에서는 한국산 자동차에 15% 관세가 적용돼, 고가 모델일수록 원가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미국 내 EV 시장도 녹록지 않다. 2025년 세액공제 종료 이후 올해 상반기 미국 신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BEV) 비중은 6%로 떨어졌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을 약 80%까지 높이고 현지 부품 조달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직접 이 목표를 공언한 배경이다. GV90 최상위 트림 가격이 2억 원 중반대에 형성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 마이바흐 GLS 600(기본 MSRP 약 18만~18만6,000달러)·포르쉐 카이엔 상위 트림과 직접 가격 경쟁 구간에 들어가게 된다.
그럼에도 제네시스의 성장 궤적은 무시할 수 없다. 브랜드 출범 7년 10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100만 대를 돌파했고, 렉서스(9년)·테슬라(12년)보다 빠른 성장 속도였다. 미국에서는 2026년 1~7월 판매가 4만6,035대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GV90 공개 행사에서 “가격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고 타는 분들이 얼마나 만족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