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기차 예산 역대급인데… “정작 보조금 1원도 못 받는다” 속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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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전기차 급속충전·배터리 수명연장 규명
한국과학기술원(KAIST)

2027년 전기차 국고보조금 예산이 역대 최대인 2조1403억원으로 책정됐다. 지원 물량도 올해 30만 대에서 43만 대로 43% 늘어난다. 그런데 정작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예산 규모가 아니다. 보조금 100% 수령 기준이 현행 ‘5300만 원 미만’에서 ‘5000만 원 미만’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완성차 브랜드들의 가격 셈법이 다시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는 ‘양적 확대, 질적 압박’이라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원 규모는 키우면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의 가격 상한선은 계속 낮추는 방식이다.

테슬라가 먼저 쐈다…보조금이 만든 판매 급등 공식

테슬라코리아는 올해 초 ‘모델 Y’를 4999만 원, ‘모델 3 프리미엄 롱레인지’를 5299만 원으로 기습 인하했다. 5300만 원 미만이라는 보조금 100% 수령 기준을 정확히 겨냥한 가격 설정이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에 따르면 2026년 1~8월 테슬라 국내 등록 대수는 76,776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2.3% 급증했다.

5299만 원으로 가격을 맞췄던 모델 3 프리미엄 롱레인지는 같은 기간 5883대가 판매됐다. ‘보조금 100% 구간 진입 → 체감 구매가 하락 → 판매 급등’이라는 공식이 성립한 것이다.

‘5000만원 상한’ 시대의 가격 판도…브랜드별 명암 갈린다

기아 EV5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 비교평가 1위
EV5 / 기아

현행 보조금 구간은 세 단계로 나뉜다. 5300만 원 미만은 국고보조금 100%, 5300만~8500만 원 미만은 50%, 8500만 원을 초과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2027년부터 이 기준이 각각 5000만 원, 8000만 원으로 내려갈 경우 시장 지형도 크게 바뀐다. 8000만~8500만 원 구간 차량은 보조금 대상에서 완전히 탈락한다.

주목할 것은 이미 5000만 원 아래에 포지셔닝한 브랜드들이다. 현대차·기아·KGM·테슬라의 주력 전기차 상당수는 이미 5000만 원 미만 가격대에 있다.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는 압박이 가중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신형 전기차 ‘디 올-뉴 일렉트릭 메르세데스-벤츠 CLA’ 사전계약 시작가를 5290만 원으로 책정하며 이미 선제 대응에 나섰다. 기준이 5000만 원으로 내려가면 이 가격도 다시 재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중국 브랜드의 ‘이중 압박’…마진과 경쟁력 사이에서

2027년 전기차 시장 경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는 중국 브랜드다. 지커(Zeekr) 등 중국 브랜드는 내년에도 신차를 잇달아 내놓을 계획이며, 자체 보조금 승부수까지 던지며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국고·지자체 보조금에 자체 프로모션까지 결합하면 4000만 원대 체감 가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된다. 국산 브랜드 입장에서는 보조금 기준 하향과 중국산 저가 공세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는 셈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에 전기차 보조금 100% 수령 기준을 5000만원으로 낮출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긴 했지만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다”라면서도 “각 제작사의 의견을 수렴한 뒤 보조금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도 전기차 국고보조금 수령 기준을 두고 각 제작사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준선이 5000만 원으로 확정되면 제조사들이 배터리 용량이나 옵션을 조정해 기준선 안쪽으로 트림을 새로 설계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판매량을 늘리는 동시에 ASP(평균판매가격) 하락과 영업이익률 압박이라는 역풍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물량이 늘어도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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