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신차 판매량
13년도 이후 최저치인 약 163만 대 기록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충격적인 하락세를 기록했다.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신차 판매량이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만이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의 마지막 희망처럼 떠올랐다. 제조사들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발맞추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신차 판매량, 전년 대비 6.5%↓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차 판매량은 163만 5000대로 전년 대비 6.5% 감소하며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산차는 7.3% 감소한 134만 6000대, 수입차는 2.5% 줄어든 28만 8000대로 집계됐다.

이번 하락세의 주요 원인은 경기 불확실성 심화, 신차 구매지원 종료, 그리고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로 분석된다.
특히 자영업자와 청년층, 장년층 등 자금 사정에 민감한 계층이 신차 구매를 포기하거나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린 점이 영향을 미쳤다.
판매 부진은 특히 상용차에서 두드러졌다. 1톤 화물차 판매량은 무려 26.3% 감소하며 경유 모델 수요를 친환경 모델이 충분히 대체하지 못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소비자들은 충전 인프라 부족과 높은 가격 부담 탓에 전기 화물차 구매를 꺼린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차의 약진
하이브리드 차량은 부진한 내수 시장 속에서 유일하게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38만 9000대로, 전년 대비 29.2% 증가하며 시장 침투율 23.5%를 기록했다.
특히 국산 SUV 하이브리드와 일본 브랜드가 높은 인기를 끌며 시장 성장세를 주도했다.
반면, 전기차 시장은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4만 7000대로 전년 대비 9.7% 줄었으며, 침투율도 9%로 소폭 감소했다.
승용 전기차는 신차 효과로 판매량이 12만 2000대까지 증가했으나, 1톤 화물 전기차는 판매량이 절반 이상 감소하며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와 동시에 전기차의 평균 판매 가격은 17.2% 하락하며 가격 중심의 소비 트렌드가 두드러졌다. 전기차 시장에 전년 대비 178.8% 늘어난 3000만~4000만 원대 차량이 그 예다.
20대·50~60대 신차 구매 감소
자동차 구매 심리가 위축된 배경에는 가계부채 증가와 전반적인 경제 불안정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대와 50~60대의 신차 구매가 급격히 줄어들며 전통적인 주력 구매층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60대 이상의 중고차 수요는 증가해 신차 시장에서 소비 여력이 축소된 현실을 반영했다.
KAMA 강남훈 회장은 “미국의 급격한 통상 환경 변화와 중국 브랜드의 국내 시장 확대가 겹치며 전기차 시장은 물론 전체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소비심리를 되살리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별소비세 감면 유지, R&D 세액 공제 확대, 전기차 구매 보조금 확대 등 적극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마음 사로잡을 혁신 필요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신차 수요 감소와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 속에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드 차량의 강세와 보급형 전기차의 확대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다만, 제조사와 정부는 지속 가능한 성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라는 새로운 동력원 사이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완성차 시장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성장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으며, 이는 향후 자동차 산업의 방향성을 크게 좌우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