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팔린 전기차 3대 중 1대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었다. 중국산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가 6만9,51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8.7% 폭증하며,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8%에서 35.0%로 껑충 뛰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신규등록현황 분석’에 따른 수치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세제 지원을 촉구하는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IRA’에는 전기차 완성품이 끝내 제외되면서 산업계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수입차 시장 판도 뒤집은 ‘메이드 인 차이나’
중국산 전기차 급증의 배경에는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 물량 확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2025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BYD의 보급형 모델과 폴스타의 프리미엄 모델이 가세하며 파고를 높였다.
그 결과 수입차 시장의 제조국별 순위가 완전히 역전됐다. 중국산 수입차는 7만9,444대(+127.8%)로 점유율 41.2%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작년 상반기 점유율이 23.5%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 1년 만에 17.7%p가 뛴 셈이다. 반면 종전 1위였던 독일산은 5만7,954대로 점유율이 40.3%에서 30.1%로 급락했다.
금액 기준으로도 중국산의 위세는 뚜렷하다. 2026년 상반기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은 20억1백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한국 전체 전기차 수입액(27억7,300만 달러)의 72%를 중국산이 차지한 것이다.
한국판 IRA, 왜 전기차만 빠졌나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했다. 2027년 1월부터 2036년 말까지 10년간 적용되며, 태양광·풍력·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AI 로봇부품 등 6대 전략 분야의 국내 생산량에 비례해 법인세·소득세를 공제하는 구조다. 비수도권 생산 시 최대 1.5배 가중치를 부여하는 지역균형 발전 인센티브도 포함됐다.
그러나 전기차 완성품은 이 혜택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국내 전기차 생산 기반이 이미 상당 수준에 달했고, 기존 구매보조금과 개별소비세 감면 등 지원제도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사실상 한정된 재원을 배터리·소재 등 상류(Upstream) 공급망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다.
업계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정대진 KAMA 회장은 “내수 시장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파상공세가 가속하면서 국내 제조 기반과 공급망 경쟁력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며 전기차를 국내생산촉진세제에 포함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또한 지자체 보조금 소진에 따른 하반기 수요 둔화를 우려하며, 추경 편성과 하이브리드 포함 친환경차의 개별소비세 감면 연장도 요청했다.
미·EU는 100% 관세, 한국은 ‘개방’…공동화 우려
한국의 상황은 주요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EU도 2024년 10월 최대 35.3%의 추가 관세를 통해 중국산 EV의 가격 하한선을 사실상 설정했다. 반면 한국은 특별관세나 수입 제한보다 간접적 지원 방식을 유지해온 탓에 중국산 EV에 가장 개방적인 선진국 시장 중 하나가 됐다.
긍정적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중국산 EV 유입에 따른 가격 경쟁 심화로 2026년 상반기 전기차 신규등록이 113.6% 폭증하며 신차 4대 중 1대(23.3%)가 전기차로 채워졌다. 전기동력차 전체 비중도 57.8%로 처음 과반을 돌파했다.
그러나 중장기 리스크는 만만치 않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가격 경쟁에 밀려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국내 생산 거점 축소와 협력업체 생태계 붕괴, 이른바 ‘제조업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중국 단일 공장(상하이 기가팩토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국산 전기차는 11만4,046대(+92.0%)로 점유율 57.5%를 지키며 선방하고 있다. 그러나 세제 공백이 메워지지 않는다면, 중국산 EV의 35% 점유율은 언제든 40%를 넘볼 수 있다.
